벗이미술관 2026년도 2분기 기획전시 ≪우리는 야생의 질서 속에서 정원을 가꾼다≫ 조은시,임현정,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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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야생의 질서 속에서 정원을 가꾼다⟫ 


2026.05.01 — 2026.08.30

조은시, 임현정, 정성진

벗이미술관


무의식은 더 이상 개인의 내면에 잠재한 심리적 영역으로만 이해되지 않는다. 이미지와 정보가 끊임없이 순환하는 오늘날의 매체 환경 속에서 무의식은 감각의 흐름이자 인식의 구조, 그리고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하나의 장으로 확장되고 있다. 《우리는 야생의 질서 속에서 정원을 가꾼다》는 이러한 변화된 조건 아래, 무의식이 동시대 미술 안에서 어떻게 새롭게 사유되고 경험될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전시이다.


20세기 초 초현실주의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바탕으로 꿈, 욕망, 우연, 무의식을 예술 창작의 핵심 원천으로 소환했다. 이질적인 현실의 요소들을 병치하고 우연적으로 결합함으로써, 초현실주의는 합리적 질서로 환원될 수 없는 또 다른 현실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한편 장 뒤뷔페가 개념화한 아트 브룻(Art Brut)은 제도화된 미술 교육과 미학적 규범 바깥에서 생성되는 표현의 직접성과 비가공성에 주목했다. 두 흐름은 서로 다른 맥락에서 출발했지만, 모두 이성 중심의 근대적 인식 체계에 균열을 내고자 했다는 점에서 만난다.


 이후 후기구조주의는 무의식을 개인 내부의 심층이 아니라 언어, 기호, 제도, 사회적 관계 속에서 구성되는 구조적 장으로 재해석했다. 오늘날 디지털 매체 환경은 이러한 전환을 더욱 가속화한다. 기억과 지각이 외부화되고, 알고리즘과 데이터가 새로운 감각 질서를 생성하면서, 무의식은 개인 심리를 넘어 기술적·사회적 네트워크 안에서 작동하는 집합적 현상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처럼 무의식 개념이 심리적 깊이에서 매체적·구조적 표면으로 이동한 오늘날, 동시대 작가들은 어떻게 이 변화된 조건을 작업 안에서 구현하는가? 본 전시는 이러한 질문을 바탕으로, 무의식이 재구성되는 세 가지 층위를 통해 동시대 미술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임현정의 회화는 직관적 드로잉을 통해 개인의 무의식과 집단적 상상이 교차하는 장을 펼쳐 보인다. 이방인과 괴물, 섬과 바다 같은 형상들은 작가의 이주 경험에서 출발하지만 신화와 민담의 보편적 상징들과 공명하며 다층적 시간성이 충돌하는 구조를 만든다. 조은시는 '닮음'을 조형 원리로 삼아 무의식의 인식론적 차원을 탐구한다. 그의 화면에서 닮음은 보이지 않는 연결을 감각하게 만드는 장치로 작동하며, 자연과 문명, 생성과 소멸이라는 대립적 범주는 반복과 순환 속에서 서로 스며들며 우리가 세계를 인식할 때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분류와 연상의 체계를 가시화한다. 정성진은 수면 속 뒤틀린 공간들을 디지털 기술로 포착하여 물성의 세계로 소환한다. 미로, 통로, 비장소가 반복되는 그의 화면은 끊임없이 변형되는 감각의 상태를 시각화하며, 관람자를 유동적 경로 위에 놓는다. 이 공간들은 잠재적인 것이 현실화되는 과정 그 자체를 체험하게 만드는 장으로 기능한다.


 벗이미술관은 그간 제도적 미학의 중심에서 벗어난 감각과 표현의 가능성에 지속적으로 주목해 왔다. 본 전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확장하여, 동시대 작가들이 직관적 이미지의 생성, 인식 구조의 균열, 공간 경험의 전환을 통해 비합리성과 비가시성의 영역을 어떻게 새롭게 변형하는지를 보여준다. 여기서 '정원'은 통제된 질서와 예측 불가능한 성장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질서는 야생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야생과 함께 자라난다. 《우리는 야생의 질서 속에서 정원을 가꾼다》는 무의식을 개인 심리의 깊이가 아니라 감각이 조직되고 인식이 구조화되며 공간이 경험되는 동시대적 장으로 재정의하며, 이성과 비이성의 이분법을 넘어 오늘날 예술이 어떻게 보이지 않는 질서와 인식의 균열을 드러내는지를 탐구하는 비판적 장이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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