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억의 파편을 회화로 엮다 ― 벗이미술관 2인전 《그날의 이야기》
윤혜현 기자 | 입력 2025.09.11 17:27
오지은·이세준, 서로 다른 언어로 불완전한 ‘그날’을 탐색하다

벗이미술관이 이달 9일부터 내년 1월 11일까지 기획전 《그날의 이야기》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 오지은과 이세준의 2인전으로, 개인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그날’의 단편성과 불완전함을 회화라는 매체를 통해 탐색한다.
누구나 마음속에 저마다의 ‘그날’을 품고 있지만 그것은 온전한 형태로 보존되지 않고 불완전한 이미지나 막연한 감정의 잔향 혹은 단편적인 감각으로만 남는다. 전시는 완성된 서사나 명확한 설명 대신 이러한 불완전한 기억의 흔적을 회화적 언어로 풀어내며 관람자 스스로 자신의 경험과 교차시킬 수 있는 공간을 제시한다.

오지은 녹색 현기증과 피크닉, oil on canvas, 227.3×545.4cm, 2024
오지은 작가는 장소와 사물에 머문 감정을 직접적으로 기록하는 회화 작업을 선보인다. 그녀에게 풍경과 정물은 단순한 재현의 대상이 아니라 감정을 수집하는 매개다. 돌로미티의 산맥이나 전주의 노을, 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정물들은 모두 감정의 채집지로 화면에 자리하며 대표작 〈녹색 현기증과 피크닉〉은 과장된 풍경과 직관적인 붓질을 통해 그날의 감정적 강도를 화면 위에 옮겨 놓는다. 일상의 사물을 다룬 정물화들 역시 보이지 않는 감정의 이야기를 환기시키며 회화가 감정을 채집하고 전달하는 도구임을 보여준다.
이세준 초여름의 틈 사이로 257.6x257.6cm 4panels oil on canvas 2012
반면 이세준은 파편화된 이미지의 조합을 통해 기억의 단편성을 시각화한다. 그는 온라인에서 수집한 이미지나 지인에게 받은 사진, 개인의 기억 속 단편을 분절하고 재조합해 새로운 화면을 구축한다. 〈초여름의 틈 사이로〉나 〈한 마디로는 정의할 수 없는〉은 선형적이지 않은 비선형적 구조를 보여주며 파편적 경험이 중첩되는 방식을 드러낸다. 특히 〈Space Arcade〉에서는 다중 패널을 통해 회화가 고정된 이미지가 아닌 움직임과 경험의 장이 될 수 있음을 제시하며 회화를 완결된 재현이 아니라 경험과 이미지가 만나는 역동적 공간으로 확장한다.
이번 전시는 회화가 시간과 기억, 감정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어떻게 조형적으로 다룰 수 있는지를 탐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오지은은 감정을 직접적으로 기록하는 방식을 취하고, 이세준은 이미지를 파편화해 재조합하는 방법론을 택하지만 두 작가는 공통적으로 회화를 불완전한 기억과 감정을 다시 현재로 불러내는 매체로 제시한다.
따라서 관람자는 작품 앞에서 작가가 포착한 감각과 자신의 기억을 교차시키며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이는 디지털 이미지가 주는 즉시성과는 다른, 회화 특유의 머무름과 사유의 시간을 요구한다. 벗이미술관은 이번 전시에 대해 “회화가 단순히 눈에 보이는 세계를 기록하는 매체가 아니라 기억과 감정을 현재의 감각으로 환원하는 힘을 지닌다는 사실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날의 이야기》는 관람자에게 완성된 내러티브를 제공하지 않는다. 대신 각자의 기억을 환기하며 불완전한 기억의 파편을 다시 현재로 불러와 자신만의 ‘그날’을 새롭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회화가 여전히 감각적·서사적 경험을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는 매체임을 증명하는 자리다.
이번 전시는 오지은의 감정적 풍경과 정물 그리고 이세준의 파편적 이미지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회화가 지닌 본질을 다시 묻는다. 두 작가는 서로 다른 언어로 ‘그날’의 감각을 포착하면서 기억과 감정의 불완전성을 시각화하고 이를 통해 관람자에게 자신만의 ‘그날’을 현재적 경험으로 환원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뉴스 원문 (한국미술신문 https://www.kmisul.com/news/articleView.html?idxno=5042)
기억의 파편을 회화로 엮다 ― 벗이미술관 2인전 《그날의 이야기》
윤혜현 기자 | 입력 2025.09.11 17:27
벗이미술관이 이달 9일부터 내년 1월 11일까지 기획전 《그날의 이야기》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 오지은과 이세준의 2인전으로, 개인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그날’의 단편성과 불완전함을 회화라는 매체를 통해 탐색한다.
누구나 마음속에 저마다의 ‘그날’을 품고 있지만 그것은 온전한 형태로 보존되지 않고 불완전한 이미지나 막연한 감정의 잔향 혹은 단편적인 감각으로만 남는다. 전시는 완성된 서사나 명확한 설명 대신 이러한 불완전한 기억의 흔적을 회화적 언어로 풀어내며 관람자 스스로 자신의 경험과 교차시킬 수 있는 공간을 제시한다.
오지은 녹색 현기증과 피크닉, oil on canvas, 227.3×545.4cm, 2024
오지은 작가는 장소와 사물에 머문 감정을 직접적으로 기록하는 회화 작업을 선보인다. 그녀에게 풍경과 정물은 단순한 재현의 대상이 아니라 감정을 수집하는 매개다. 돌로미티의 산맥이나 전주의 노을, 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정물들은 모두 감정의 채집지로 화면에 자리하며 대표작 〈녹색 현기증과 피크닉〉은 과장된 풍경과 직관적인 붓질을 통해 그날의 감정적 강도를 화면 위에 옮겨 놓는다. 일상의 사물을 다룬 정물화들 역시 보이지 않는 감정의 이야기를 환기시키며 회화가 감정을 채집하고 전달하는 도구임을 보여준다.
반면 이세준은 파편화된 이미지의 조합을 통해 기억의 단편성을 시각화한다. 그는 온라인에서 수집한 이미지나 지인에게 받은 사진, 개인의 기억 속 단편을 분절하고 재조합해 새로운 화면을 구축한다. 〈초여름의 틈 사이로〉나 〈한 마디로는 정의할 수 없는〉은 선형적이지 않은 비선형적 구조를 보여주며 파편적 경험이 중첩되는 방식을 드러낸다. 특히 〈Space Arcade〉에서는 다중 패널을 통해 회화가 고정된 이미지가 아닌 움직임과 경험의 장이 될 수 있음을 제시하며 회화를 완결된 재현이 아니라 경험과 이미지가 만나는 역동적 공간으로 확장한다.
이번 전시는 회화가 시간과 기억, 감정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어떻게 조형적으로 다룰 수 있는지를 탐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오지은은 감정을 직접적으로 기록하는 방식을 취하고, 이세준은 이미지를 파편화해 재조합하는 방법론을 택하지만 두 작가는 공통적으로 회화를 불완전한 기억과 감정을 다시 현재로 불러내는 매체로 제시한다.
따라서 관람자는 작품 앞에서 작가가 포착한 감각과 자신의 기억을 교차시키며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이는 디지털 이미지가 주는 즉시성과는 다른, 회화 특유의 머무름과 사유의 시간을 요구한다. 벗이미술관은 이번 전시에 대해 “회화가 단순히 눈에 보이는 세계를 기록하는 매체가 아니라 기억과 감정을 현재의 감각으로 환원하는 힘을 지닌다는 사실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날의 이야기》는 관람자에게 완성된 내러티브를 제공하지 않는다. 대신 각자의 기억을 환기하며 불완전한 기억의 파편을 다시 현재로 불러와 자신만의 ‘그날’을 새롭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회화가 여전히 감각적·서사적 경험을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는 매체임을 증명하는 자리다.
이번 전시는 오지은의 감정적 풍경과 정물 그리고 이세준의 파편적 이미지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회화가 지닌 본질을 다시 묻는다. 두 작가는 서로 다른 언어로 ‘그날’의 감각을 포착하면서 기억과 감정의 불완전성을 시각화하고 이를 통해 관람자에게 자신만의 ‘그날’을 현재적 경험으로 환원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뉴스 원문 (한국미술신문 https://www.kmisul.com/news/articleView.html?idxno=5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