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벗이미술관展 ‘어쩌면 그건 정답이 아니었을지도’전시 ‘어쩌면 그건 정답이 아니었을지도’ 전경김현우 ‘Gaia Math Drawing’, ‘Canadian Morning Glory Math Drawing’. "수학 시간에 ‘수학 드로잉’을 그렸는데 제 머릿속에는 숫자와 기호가 많아지고 있었고, 컴퓨터 자료들과 같은 알 수 없는, 미통(미적분과 통계), 확통(확률과 통계), 기벡(기하와 벡터)과 같은 수학의 시선으로 만나고 보여주는 환경이 많아졌어요."-김현우(Pixel Kim) 작가‘맞다’ 혹은 ‘틀리다’, 명확한 답이 정해진 수학을 자신만의 언어와 감성으로 표현한 수학 드로잉 시리즈를 선보여 온 김현우 작가. 그의 작품을 바라보다 보면 그림 속 수많은 그래프와 수식이 정답인지 아닌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다음 달 31일까지 용인 벗이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 ‘어쩌면 그건 정답이 아니었을지도’는 우리 사회가 규정한 정답이 아닌 자신의 정답을 따라 작품을 창작해 온 작가들의 이야기를 보여 준다.김현우 작가를 비롯한 국내 아웃사이더 아티스트 ▶김경두 ▶김동현 ▶김재형 ▶이규재 ▶서은정 ▶윤미애 등 7인이 참여해 예술을 통해 누구나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음을 전한다.전시 ‘어쩌면 그건 정답이 아니었을지도’ 전경. 전시 ‘어쩌면 그건 정답이 아니었을지도’ 전경. 전시공간의 도입부는 서은정 작가가 그려낸 자연의 푸른 풍경으로 채워졌다. 그는 인형, 일상 속 사물, 자연 풍경에 동화적인 상상력을 담아낸다.그림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면 꽃 틈 사이 수줍게 자리한 ‘요정’들이 눈에 띈다. 작가에게 요정과 식물은 세상에서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 작고 연약해서 눈에 잘 띄지 않는 ‘모든 살아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듯 자연과 인간, 다양한 생명체들 간의 공존과 조화를 통해 작가는 서로 다른 존재들이 어떻게 어우러져 살아가는지를 표현한다.이규재 작가는 여행지에서 본 자연에 자신의 감성을 담아 새로운 세상으로 그려낸다. 봄꽃, 별, 나무 등 장애로 세상과의 소통이 어려웠던 그는 그림을 통해 자신이 경험한 따뜻한 풍경들을 공유한다.전시 ‘어쩌면 그건 정답이 아니었을지도’ 전경. 전시 ‘어쩌면 그건 정답이 아니었을지도’ 전경. 작품 재료 역시 자연에서 채집할 수 있는 모래, 톱밥, 자갈 등을 활용한다. 핸디코트에 이를 섞어 캔버스에 올리고 말리는 작업을 반복하며 입체감을 주고, 그 위에 물감으로 채색해 그림을 완성했다.화면의 가장 작은 단위인 ‘픽셀’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확장하고 재구성해나가는 김현우 작가는 드로잉뿐만 아니라 설치, 도예 등 다양한 작업을 펼친다.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는 ‘음표 드로잉’ 시리즈 중 일부는 실제 악보로 제작돼 연주되기도 했다.김경두, 김동현 작가는 로봇과 지하철 노선도, 도로를 통해 자신만의 세상을 만든다. 김경두 작가는 샤프와 펜을 이용해 로봇 군상들을 작업하는데, 세밀하고 밀도 높은 로봇 형상이 한 장의 종이에 수백, 수천 개씩 빼곡하게 담겨 있다. 김동현 작가는 학창 시절 버스로 통학하며 본 차창 밖 풍경에서 모티브를 얻어 작업을 시작했다. 기존 지하철 노선과 도로에 ‘미래역’, ‘과거역’, ‘힐링역’ 등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끊임없이 확장해 나간다.전시 ‘어쩌면 그건 정답이 아니었을지도’ 전경. 이규재, ‘봄꽃이라구요’, ‘봄이 봄에 씨앗이’. 김재형, 윤미애 작가는 특정 소재를 활용한 작품을 선보인다. 김재형 작가는 스티커를 이용해 다양한 패턴을 만들어낸다. 주로 동그란 십진수 스티커를 연이어 붙여 작업을 완성하는데, 다채로운 색과 곡선으로 국화, 산호, 단풍으로 물든 산 등을 표현했다. 윤미애 작가는 과자, 커피믹스, 라면 봉지 등 쉽게 버려지는 포장지들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냈다. 반짝이는 질감과 알록달록한 색채를 가진 봉지들을 무수히 오리고 이어붙이며 자신에게 힘이 됐던 영성체를 만든다.전시 마지막 공간에서는 참여 작가들의 인터뷰 영상을 볼 수 있다. 작업을 시작한 계기, 일상 이야기 등을 통해 작품을 넘어 그들의 세상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다.벗이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기존 미술 제도를 벗어나 순수한 창조성에 주목할 수 있는 창작 세계와 예술의 가치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면서 "참여 작가들의 수많은 그림을 통해 우리 삶에 마치 정답처럼 놓여 있던 것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전했다.전시 ‘어쩌면 그건 정답이 아니었을지도’ 전경. 정경아 기자kyunga1013@joongboo.com